뜻한 대로/감성 感性2010. 11. 13. 04:46
특별히 불교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이유가 있습니까?

박노자 : 아무래도 신구의(身口意) 삼업, 즉 나의 모든 행위가 결국 악업 내지 선업이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행동은 물론 생각도 윤리적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컨대 부처님의 근본오계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죽이지 말라'는 계율을 생각해 볼까요?

저는 군인이나 경찰에 속하거나 도살장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기에 중생에 대한 살해를 '직업상' 입힐 일이야 없습니다. 하지만 <범망경>에 나온 부처님 계율의 내용을 보면 단순히 직접 살해만 금한 것이 아니고 '방편으로 죽이는 것', '죽임을 찬탄하는 것', '죽임을 보면서 기쁘게 따르는 것', '죽임의 인(因)을 만드는 것', '죽음에 대한 기쁜 뜻을 가지는 것'도 아울러 죄로 정해진 것입니다.

만약 '죽임의 인을 만드는 일'까지 문제시 한다면, 비록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수십 명의 군인들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략의 현장에 국비로 파견한 노르웨이 정부에 세금을 내는 저의 입장은 곤란해집니다. 피할 수 없는 일들이니까 그냥 눈감고 하는 수밖에 없지만, <법망경>의 말씀을 생각하면 마음에 적지 않게 걸립니다.

이렇게 불교는 단순한 의례 참여 여부나 행동으로 신자의 진실됨을 판단하는 차원을 초월하여 몸과 입, 생각 차원의 실천을 요구하는 가장 깊고도 '잘하기 어려운' 종교입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불교에 매료되었고 또 잘 안 될 때가 많습니다만 지금도 참다운 불교 신자가 되도록 노력 중입니다.


박노자 :  <한겨레21>에 '국가의 살인'을 연재 중인데 방금 얘기했듯이 살인은 불교에서 최악의 악업이지만, 계급과 국가가 존재하는 한 살인은 제도적으로 늘 존재했습니다. 오히려 가면 갈수록 극악무도해지고 있지요.

이번 연재를 통해서 국가와 계급을 폐지시키는 사회주의적 혁명 ('혁명'이 꼭 '폭력'만을 의미하지 않는 것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혁명이야말로 세계 대전과 같은 가장 무서운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어쩌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내지 변혁만이 불교가 원칙상 꿈꾸어야 하는 비폭력적 세상을 건설하는 길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내용: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01112154726&section=04

박노자 교수의 생명에 관한 소중한 말이 가슴에 와 닿아서 종교적인 성향과는 관계없이 내용의 소중함만을 담았습니다.

<범망경>에 나온 부처님 계율의 내용을 보면 단순히 직접 살해만 금한 것이 아니고 '방편으로 죽이는 것', '죽임을 찬탄하는 것', '죽임을 보면서 기쁘게 따르는 것', '죽임의 인(因)을 만드는 것', '죽음에 대한 기쁜 뜻을 가지는 것'도 아울러 죄로 정해진 것입니다.
Posted by SELFSHIP